홈랜드 Homeland 시즌1


 CIA 요원인 캐리 매디슨은 사형 직전에 놓인 그녀의 포로로부터 "미국인 전쟁 포로가 변절했다."라는 정보를 듣는다. 한편 8년간 전쟁 포로로 잡혀있다 극적으로 구출된 브로디 하사는 한 순간에 미국을 상징하는 영웅이 된다. <홈랜드>는 두 인물간의 심리를 다루는 드라마다. 13편의 에피소드동안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자, 이 사람이 전쟁 영웅인가, 테러리스트인가. 맞혀봐." 사실 드라마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물들을 줄곧 의심하게 만든다. 주인공인 캐리 매디슨은 조울증을 앓고 있으며, 오로지 "브로디는 테러리스트여야만 해"하는 확신만으로 임한다. 우리는 그런 주인공을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반면 브로디 역시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전쟁의 희생양이자 전쟁에서 돌아와 가장의 역할에 임하는 훌륭한 남성이다. 허나 실상은 아내와의 섹스에서도 문제가 있고, 차고에 쳐박혀 이슬람의 의식을 행한다. 과연 시청자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이것이 <홈랜드>가 한 시즌동안 나아가는 방향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홈랜드>의 1시즌은 잘 쓰여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13편의 에피소드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살짝이라도 드라마가 느슨해질 찰나에 새로운 사건-혹은 실마리-를 조성하여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하지만 드라마가 자꾸 새로운 떡밥에 주목할 때 쯤 개연성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초반부의 캐리-브로디간의 심리 게임에 이어 또다른 새 인물의 등장과 CIA와 FBI간의 갈등이 이야기에 개입되고는 이야기가 힘을 잃는다. 결과적으로 그 장치들이 일시적인 재미를 가져오더라도 이는 참으로 근시안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잘 이어가던 드라마에 뻥! 구멍이 뚫린 셈이다. 결국 시즌 피날레에서는 그놈의 떡밥들만 던지곤, 뭐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다. 게다가 인물간의 단순한 심리 싸움이 과연 길게 이어갈 이야기일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길 수 밖에.


 이런 사소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홈랜드>가 매력있는건, 이 단순한 소재를 팽팽하게 만드는 배우들이다. 우선 클레어 데인즈의 연기는 무시무시하다. 물론 조증과 우울증을 넘나드며 보여줄거리가 많은 캐릭터빨도 있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이면서도 짜증나다 또 언제는 포금어주고 싶은 인물을 구현한 건 클레어 데인즈의 힘이 크다. 또 클레어 데인즈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는 사울역의 맨디 파틴킨도 주연을 받쳐주는 훌륭한 조연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 두 인물이 지탱해주는 앙상블을 보자니 드라마에 안정감이 생긴다고 할까. 반면 데미안 루이스의 브로디가 크게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데미안 루이스 역시 클레어 데인즈에 이어 극을 차분하게 이끌어간다. 일단 영국인이 완벽하게 미국식 액센트를 구현해내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야 하지 않은가.


 평론가들의 열혈한 찬사처럼 <홈랜드>가 좋은 드라마인가. 하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긴 어렵지만 단순한 심리 게임으로 시작해 미국인의 불안 요소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드라마라곤 할 수 있다. 물론 에피소드간에 질적인 차이-초반부의 에피소드와 후반부의 에피소드에선 확연히 차이가 난다.-가 발목을 잡긴 하지만. 그래도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2시즌이 기대되긴 한다. 물론 2시즌 역시 이런 단순한 사건들의 나열이라면 <홈랜드>가 길게 나아가긴 무리가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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